이은영
About
나의 직업은 인간의 삶을 비추어 보는 연극무대이다. 나의 직업은 일상에서 불현듯다가오는 '낯섦'이라는 감정에서 시작한다.
나에게 낯섦은 나의 인식과 다른 현실에서 오는 불안감이다. 이 불안감은 산책길에서 만난 꽃에서 인간형상을 발견하면서 이해와 평온으로 바뀌었다. 지극히 낯설지만 동시에 친근한 인간 형상을 보여 '미물이라고만 생각했던 식물에도 영혼이 있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뒤엉켜 있지만 각자의 꽃을 피우는 식물을 보며 낯섦은 고립이 아니라 '다른 것과의 접속'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낯섦은 다름이고, 다름의 인정은 편견에서 벗어남이며, 타자와 함께 살아가야 하는 현실에서 나의 여건을 긍정하는 '관조'의 마음이다. 집단 사고 체계의 권위에서 비롯되는 인지 능력의 한계와 물질만능 시대 안에서 바쁜 삶에서 벗어나 자신과 세상을 돌아볼 여유를 갖기 힘든 현실로 인해 현대인들은 어쩔수 없이 편견을 가지고 살아간다. 관조는 편견에서 벗어나 한 발짝 떨어져서 세상을 볼 때 비로소 가능해진다.
바로크인들은 인생을 하나의 연극무대로 보았듯, 나는 편견에서의 탈피와 개체의 다양성을 드러내기 위해 화면을 연극무대로 상정한다. 그 안에서 식물을 의인화한 여러 인간 군상들이 각자의 역할극을 수행하고 있다. 이들은 숨은 그림찾기처럼 숨어있거나 또는 나를 봐 달라는 듯 얼굴을 내밀며 곳곳에 등장한다.
그동안의 나의 작업은 낯섦에 대한 나의 사유의 흐름을 담아왔다. 그것은 식물의 의인화 형상과 '블기' 기법의 비정형적인 선을 이용해 복잡한 화면으로 각 개인의 독립성과 생성의 에너지를 드러내려는 작업이었다. 현재 이어가고자하는 작업은 식물과 인간의 하이브리드 형상을 좀 더 친근하게 정제시키고, 강약을 조화롭게 조절하여 연극무대와 같은 화면으로 표현하고자 한다.그리고 평면적이었던 화면에 공간감을 확대하여 한 발짝 떨어져서 세상을 굽어보듯 넓어진 시야를 화폭에 담고자 한다.
2021- 홍익대학교 일반대학원 회화과
2019- 서울디지털대학교 회화과 졸업
History
2015-2021 제 9회-14회 한국식물화가협회 정기전, 일우스페이스, 서울
2018 제6회 오네트 정기기획전, 서울디지털대학교갤러리, 서울
2017 제5회 오네트 정기기획전, 서울디지털대학교갤러리, 서울
2016 《수이야기》, 쌍용갤러리, 천안 2015 2015 Botanical Art 공모전 수상작 전시, 경인미술관, 서울
2015 《몽환적 극사실주의 화가 최효순 보타니컬아트와의 만남》, 당림미술관, 아산
2014 《꽃을 그리는 사람들》, 당림미술관, 아산